나의 이야기

나의 문제 1순위: 눈 마주치기

정알못 2020. 8. 9. 14:52

오늘 친구랑 싸우고 엄마께 싸웠던 일을 말했다. 엄마께서는 잠자코 듣고 있다가 말씀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왜 친구랑 대화했을 때 잠자코 듣기만 했니. 그리고 너 왜 말할 때 엄마 말 눈 마주치지 않는 거니?"

사실 눈 마주치기는 어렸을 때부터 쭉 듣던 잔소리였다. 그런데 언제부터 눈 마주치기가 어려웠는지, 눈을 자주 깜빡거리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어린이집을 다녔을 때는 엄마 말로는 되게 활발했다고 한다. 기억을 쥐어짜보니 밥먹었을 때가 생각이 난다.

친구들과 어린이집 점심을 먹었었는데 서로 우리집엔 이거 있다? 저거 있다? 라며 자랑하는걸 했던 것 같다. 그당시에는 왜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자랑이란게 그렇게나 재미있었나 보다. 심지어 나는 우리집엔 초코파이 많다(그걸 왜 자랑한거지)를 자랑했던 것 같다. 머리도 굉장히 짧게 잘라서 장난치는 개구쟁이 선머슴이었다고...

그런데 5살 부터인가...? 그 때부터 내가 소심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억은 없지만...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난다.

제일 기억이 남는 건 성폭행을 당할 뻔 했던 2004년, 그때 내가 6살이었고 여름의 어느 일이었다. 김해 반도보라 아파트 놀이터에  친구들이랑 놀다가 재미가 없어서 집에 혼자 가려고 했다. 우리 동 아파트 1층 문 입구에 기다리는데(그 때 나는 9층에 살아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어떤 아저씨가 내 옆에 섰다. 대충 인사하고 귀엽다고 칭찬 받는데 그냥 엘리베이터가 하도 느리게 와서 그냥 계단을 타고 갈려고 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그냥 기다리지?하면서 계속 나를 붙잡으려 했다. 심지어 그 아저씨는 내 손목을 세게 잡고 내가 계단에 못가게 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오줌도 나오고 눈물 범벅이 됬다... 그 때 다행이 1층 램프(lamp)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주우시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청소 하시는 청소 아주머니께서 엘리베이터 바깥에 있는 나의 모습을 보시고 단숨에 달려오셨다. 그 아저씨는 도망을 치고 아주머니는 저사람 너희 아빠야? 아는 사람이야? 하셨다. 당연히 아빠도 아니고 걍 처음 만난 아저씨였다. 근데 말이 안나오고 히끅히끅 했다. 혹시나 그 아저씨가 보이는지 1층 문 앞을 봤는데 아저씨랑 내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마자 아저씨는 다시 도망갔다. 그 당시에는 성폭력 신고 이런걸 할 수 있는지 몰랐고 라디오에는 여자가 야한 옷을 입으면 성폭력을 당한다(그 때 나는 걍 박시한 반팔이랑 7부의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유치원생이었는데도 성폭력 당할 뻔 했는데 어이없어서 그 내용을 기억하는 것 같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때여서 신고할 생각을 전혀 못했다.  

흠...... 근데 이게 나랑 눈 마주치는게 어려운 거랑 무슨 상관이지? 했는데 하도 오래되서 그 때부터 눈이 마주치는게 어려웠는건지 아니면 그 전에 더 큰 사건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어쨌거나 다시,

오늘 엄마랑 눈을 마주치는데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떠오르고 눈을 마주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계속 눈을 마주치니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스스로가 바보같고 남들이랑 다른 것 같아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와서는 나도 어렸을 때 말 수도 적고 가정 환경이 별로 좋지 못해서 그러케 눈 마주침도 없었는데 대학교 때 ROTC에서 생활하면서 그런게 고쳐졌다고 했다. 그리고 요즘 나이가 많아져서 한쪽 귀가 안되는데 다음주에 병원을 가봐야 할 것 같다는 등 ...의 음 어쨌든 나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그렇게 아빠의 스토리를 들려주신 것 같다...

 

근데 나는 진짜 눈 마주치는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어려웠는지 진짜 기억이 안난다. 곰곰히 생각해도 눈을 감아서 고요히 있어도 생각이 안난다. 눈 깜빡거리는 것은 아마도 눈을 마주치면 온갖 부정적인게 떠오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프로이트의 투사법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면 될까? 생각을 해봤는데 예전에 그런걸 해봤지만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결국은 현재..가 중요하다. 과거의 내가 트라우마가 있는건 알겠는데(근데 구체적으로 모르겠고)

결국은 내가 앞으로 이 눈마주침을 어떻게 해야 보통 사람들과 비슷해질지 생각을 해 보았다.

 

전공책 중 하나인 행동수정(요즘에는 행동지원이라고 부른다)을 보면 마지막 장에 자기관리 기술과 인지적 행동주의 중재가 있다.

행동중재의 궁극적 목적: 타인에 의한 행동지도 및 관리로부터 독립적인 자기관리로 바꾸어 주는데 있다.

나에게 필요한 기술: 내 스스로 자기 행동(눈 마주치고 깜빡거리기)을 교정하는 것이다.

 

첫번째 기술. 선행사건 변화시키기(=상황유도)

강화제를 변화시키거나, 반응촉구를 제공하거나, 델타자극을 소거하거나, 제한된 장소나, 환경을 바꾸는 것이 있다.

두번째 기술은 목표설정이다.

목표 설정 방법 첫째, 목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둘째, 목표는 공적으로 알려야 한다.

                     셋째, 장기 목표의 경우에 여러 개의 단기 목표로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다.

                     넷째, 그래프를 그린다.

                     다섯째, 본인이 목표설정에 참여하여 서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데 보다 보니 두번째 기술이 그냥 먼가 마음에 든다.

첫째, 목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 남들처럼 얘기할 때 눈을 적당히 마주치고, 눈을 오래 마주칠 때 부정적인 생각이 안들고 눈물도 안나고 편안한 감정이 들어서 눈을 남들처럼 깜빡거리면 좋겠다.

근데 내 현실상태: 눈 마주치는 걸 어려워 하고 엄마의 눈을 오래 마주치니까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발가락은 오그라들고 숨이 가빨라지고 "끕...." 이라며 무의미한 말을 내뱉게 되고 '눈 마주치기 싫어' '도망치고 싶다(도대체 왜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집에 가고 싶다(이미 집에 있는데)' '엄마가 싫어(엄마가 뭐라고 안했는데)' 등의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결국 눈물이 한방울 톡 쏟아지니까 소나기 쏟아지듯 눈물 콧물 다 나옴...

아빠 눈 마주쳐도 똑같덥디다.... 다른 사람.. 심지어 친구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겠더라.

목표를 세분화해보자. 예전에 인중보기 코 보기 이런거 했는데 별로였음...

 

1단계: 가늘게 눈을 마주치며 내가 아는 노래 "수소헬륨리튬베릴륨붕소탄소~~"이거를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때는 손발이 꿈틀대도 모르는 척 한다. (3일정도 분석하고 피드백하자)

2단계: 가늘게 눈을 마주치고 발은 꿈틀대지 않는다. 대신 손은 계속 깍지를 끼면서 떨던 신경쓰지 않는다.(3일정도 분석하고 피드백하자)

3단계: 가늘게 눈을 마주치고 손, 발을 꿈틀대지 않는다. (3일정도 분석하고 피드백)

4단계: 가늘게 눈을 마주치고 손, 발 가만히 그리고 숨이 가빨라지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어보자(3일정도 분석 앤드 피드백)

5단계:  눈, 손, 발 가만히 그리고 추가적으로 눈 조금만 더 크게 뜨기(3일 피드백)

6단계: 눈 좀만 더 크게 하기(3일 피드백&혹시나 손발 움직이면 2단계+ 눈크게)

7단계: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바라보기(3일)

8단계: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바라보기(3일)

 

사실 이렇게 하는게 너무 싫다. 귀찮고 그냥 잔소리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근데, 오늘 내가 이렇게 무의식이든 몸이든 내 안에 눈물이 많은 줄 몰랐다.

의식: 얘는 왤케 질질 짜는거야? 눈 마주치는걸 왤케 어렵게 생각하는거지?

몸 또는 무의식: 크흡흡흡흡 무서워 후어ㅓ어어ㅓㅇ

그냥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다. 그만큼 내가 꾹꾹 스트레스를 무시하며 산게 지금의 내 트라우마가 심각해진 큰 원인인 것 같다.

 

그래... 귀찮지만 노력해 봐야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번학기 목표  (0) 2020.09.09
손절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0) 2020.08.11
밝음이라는 가면을 써야할까?  (0) 2019.09.17
여가활동 방안   (0) 2019.07.02
사람들은 당신을 의식하고 있다  (0) 2019.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