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친구, 우정에 관련된 영상을 보다가 몇몇 댓글이 눈에 밟혔다.

'요즘 사람들은 우정을 이해관계에 얽힌, 이익에만 서로 주고 받고 하는 관계'라며 현대 개인주의에 비롯한 우정을 격하시키는 발언들이 보였다. 그냥 넘어가면 되는데 이상하게 신경이 쓰였다.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사는 건가....' 그래서 이상하게 친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을 부끄러워 했다.

그래서 이기적으로 보일까봐 전전긍긍하며 그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자제했고 그 아이가 원하는 취미가 있으면 어느정도 타협을 하여 같이 취미를 가져보기도 했고 그 아이가 도와달라 했을 때 힘이 들어도 '친구인데 당연히 도와주지 뭐!'하며 내색하지 않고 도왔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정말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옳지 못한 것만 같았다.

 

나는 대학생이고 친구 역시 대학생인데

그 아이의 과제를 도와달라고 들을 때마다 도와주고(나와 상관없는 분야)

그 아이의 수강신청을 일찍 일어나서 도와주고(심지어 피시방 가격은 각자 계산함+ 한턱 쏘는 것도 없었음)

그 아이의 취미를 같이 하기 위해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걸 같이 사고(근데 은근 재밌는 것도 있었음)

 

이걸 정말 친구라고 하는 건가...?

 

예전에 동영상에 어떤 스님의 즉문즉설에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은 친구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

 

순간 '개인주의를 실천하는 이기적인 요즘 사람들'이라는 뉘앙스의 댓글과 스님의 답변이 뭔가 비슷했다.

 

정말 옛날 사람들도 이익을 따지지 않고 하하호호 하는 그런 유토피아같은 지상낙원 같은 것만 우정인 걸까? 우정의 정의가 희생인가?

 

이들보다 훠얼 옛날 사람인 현자 아리스토텔레스(그들보다 약 2250년 가까이 먼저 살았던)는 우정을 이렇게 정의하였다.

 

효용성, 즐거움, 선

 

효용성: 서로 도움이 되고 실리적으로 얻을 것이 있는 것

-> 그러니까 한쪽만 도움만 받는게 아니라 다른 한 쪽도 도움이 되는 것을 요구하거나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음 -.-

 

즐거움: 공통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즐거움을 얻는 것

-> 즐거움의 공통 관심사가 바뀌면 곧바로 관계가 끝난다

 

선: 상대방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한 상호 준중에 바탕을 둔 것.

 

나 같은 경우 처음에는 그 친구와 즐거움 때문에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관심사가 다른 것을 알게 되고, 처음엔 내가 그 아이의 취미에 맞추었다. 요즘엔 그닥 맞추지는 않는데... 맞춰주도록 노력해야겠다.

선은 사실상 왠만해선 그런 가치를 가진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 사실 이것도 정말 옛날 죽마고우라던가 그런 분들한테 해당되는 듯. 이런 친구 가지신 분이 부럽다.

 

현재 나의 문제점은 효용성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앞으로 내가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들면 곧바로 얘기를 해야 겠다.

예전에는 이기적이라든지 자신만 생각한다던지라는 댓글을 보고 아, 내가 너무 이익을 밝히나?고 물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 진리는 아니었다. 혹여나 그들이 효용성이 떨어져도 괜찮다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사람과 친구 이지만(효용성이 없는 유형) 나를 존중해주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라면(선) 우정이라 할 수 있다.

겸재 정선 3부 화폭에 우정을 담다, 인왕제색도 (naver.com)

 

 

 

 

 

 

 

 

하지만 매번 무언가를 도와달라고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효용성이 없는 유형) 나를 존중하지도, 자신의 가치를 깎는 다면(선이 없는 유형), 무엇보다도 즐거움도 당사자에게 맞춰져 있다면(즐거움이 없는 유형) 그것이 우정의 '우'도 꺼낼 수 없는 갑과 을의 위치이다.

 

예전에 즐거움 때문에 우정이 됬다더라도 효용성, 즐거움, 선을 고려하여 이건 아니다 싶으면 손절이 맞다.

사람은 그냥 변하는 거고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우정에 '시간(기간)'이라는 것을 선정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0년 지기 친구? 예전엔 친구였을진 몰라도 지금 3가지 중 1가지도 보이지 않는다면 상대방에게 요구하거나, 서서히 멀어지거나,

최종적으로 손절하면 된다.